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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어느 가족 리뷰: 만비키 가족, Shoplifters, 어느 가족

by 심심은D 2023. 9. 8.

어느가족 포스터

어느 가족

할머니와 손녀딸, 일용직으로 건설현장과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부부와 그 둘의 아들이 같은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생활용품을 마트에서 훔쳐 집으로 들어오던 길에 아빠 오사무와 아들 쇼타는 아파트 복도에서 떨고 있는 어린 소녀를 발견해 집에 데리고 온다. 그리고 아이가 집에서 폭행을 당해왔던 것을 알게 된 가족은 아이를 자신들의 집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다.

가난하고 비밀이 많은 불안한 가족이지만, 사랑으로 자신을 보듬어주는 5명의 새로운 식구들 덕에

어린 소녀 유리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

어느가족 스크린 샷

Shoplifters

​이 가족에게 훔치는 행위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생활용품을 훔쳐오는 부자 뿐 아니라, 엄마 노부요도 세탁소에서 양복 속 악세서리들을 훔쳐온다.

할머니는 빠징코 가게에서 빠징코 구슬을, 고등학생 딸 아키는 자신의 동생의 이름을 훔쳐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가명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들은 유리의 새 옷을 사러 가서도 여러 벌의 옷을 유리에게 입혀 훔쳐 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가족의 붕괴는 쇼타가 도둑질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여겼을 때 찾아온다.

​어린 여동생 유리를 도둑질에 합류시키는 오사무를 보면서 쇼타는 이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지만 쇼타를 제외한 식구들에게 훔치는 일은 도덕적인 판단이나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도둑질이 나쁜 일이 아니냐는 쇼타의 질문에

오사무는, 전시되어 있는 것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노부요는, 가게가 망하지 않을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라고 대답하고 이 중 어떤 대답도 쇼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못한다.

다만 쇼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여동생에게는 도둑질을 가르치지 말라는, 동네 잡화점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결국 유리에게 도둑질을 시키지 않으려던 쇼타는 마트에서 도둑질을 하다 점원들에게 잡히고, 이를 계기로 가족들의 범죄는 사회에 드러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만비키 가족

사실 이 가족 자체가 도둑질로 만들어진 가족이었다.

친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버려진 쇼타와 유리를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가 거두었기에 그리고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상처받은 아키를 할머니 하츠에가 거두었기에 이 가족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훔치는 행위를 용인하는 가족은 이 사회에서 용납되지 못한다.

버려진 것을 주운 것이라는 노부요의 대답과는 상관 없이, 할머니는 돈을 위해서 아키를 납치한 것으로

노부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아이를 납치한 것이라는 결론이 이 사회가 보기에는 가장 합리적이고 자연스럽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무도 모른다"나 "만비키 가족"을 찍은 계기로 밝힌 바처럼  사회의 규범에 맞지 않는 가족에게는 정이나 사랑이 존재할 것으로 고려되지 않으며 이 같은 가족의 붕괴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영화를 따라온 관객에게는 이 같은 치부가 비정해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주인공과 관객 모두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쇼타가 유리에게는 도둑질을 시키고 싶지 않았을 때, 노부요가 자신들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고 인정할 때 그렇게 가족을 해체시키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생각나지 않았다.


 

가족 과 훔치는 행동은 이 영화에서 경중을 가리기 어려운 중요한 소재인데 제목이 번역이 되면서 어떤 나라에서는 "가족"을 남겼고 (한국: 어느 가족, 프랑스: Une affaire de famille) 공식 영문 제목에서는 "훔치는 행위"만이 남았다 (Shoplifters)

만비키 (물건을 사는 체 하고 훔침) 가족이 가장 정확한 제목이겠으나, Shoplifters에서 출발해도 영화는 충분히 가족을 남기고 어느 가족의 이야기로 보아도 이 가족을 만들어내고 무너뜨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