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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추천 : 잔잔히 흘러가는 첫사랑

by 심심은D 2024. 1. 3.

패스트 라이브즈 사진

 

패스트 라이브즈 줄거리

10살 무렵, 서로를 좋아하던 나영과 해성. 나영이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고, 둘의 연락은 끊긴다. 그리고 12년 후, 노라로 이름을 바꾼 나영이는 우연히 자신을 찾는 해성의 페이스북 글을 읽게 된다. 그후, 둘은 스카이프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애틋한 정을 키우지만, 서로를 직접 만나지 못한 채 다시 인연은 끊기게 된다. 그리고 다시 12년후, 해성은 노라를 만나러 뉴욕에 온다. 노라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이다.

 

리뷰

첫사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애틋한 시절

영화는 딱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젊은 시절의 애틋함을 잘 표현한다. 오히려 연인이 되지 못했기에 더 설레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이라는 것이 반가움의 포옹도 주춤하는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서 잘 보여진다. 

 

아직도 '그때 그 사람과 잘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싶은 첫사랑이 남아있었다면, 이 영화가 주는 감정의 파도가 더 컸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지난 사랑들에 대한 미련도 없고 모두와 할 수 있을 만큼 해보았다고 생각해서 인지, 그들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내게 공감이 갔던 것은 노라의 남편.

 

노라, 해성, 그리고 노라의 남편

노라의 남편

노라의 남편 또한 - 등장 시간은 길지 않지만 -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서사가 된다. 자신의 부인 노라가 어린 시절과 모국어를 공유하는 옛사랑을 만나는 걸 옆에서 같이 지켜보는 남편.

 

노라의 남편이 해성을 만나고 돌아온 첫 날, 노라와 남편이 잠에 들기 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훤칠한 첫사랑을 만나고 온 노라를 보고 , 자신감이 바닥난 남편이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신이 너에게 충분히 좋은 짝인지 모르겠다, 그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상황에 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 내가 결혼을 한 상황이어서 그런지, 노라의 감정보다는 노라의 남편에게 오히려 마음이 쓰였다. 내가 상대방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인가, (물론 상대방이 나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내가 이 사람이 더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을 노라의 남편이 잘 그려준 것 같다.

 

(노라와 해성이 만날 때도 둘의 서사보다, 노라 남편의 안부를 더 걱정했다

디테일이 아쉬웠던 연출

어린 시절, 동네를 걷는 나영과 해성. 해성이의 첫 대사는 "나영." 이것부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국 어린이 두명이 서로를 부르는데 "나영" 이라니, 아마도 현실은 "문나영" 아닐까. 백번 양보해도 "나영아." 그 외에도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도 영화 내에서 굉장히 영어를 못하는 데 - 나이스 투 미츄만 가능한 수준 정도 - 이것도, 1) 어릴 때부터 1등을 도맡아 하고 2) 좋은 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3) 평범한 직장인의 실력이라 보기에는 너무 과하게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외국 관객들에게는 도드라지지 않는 장면들이겠지만, 한국인이라서 '어색하다' 혹은 '과장되었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또한, 두 주연 배우가 20대 초반 시절과 30대 중반 시절을 모두 맡아 연기하는데, 20대 시절의 두 사람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클리쉐이긴 하지만, 머리를 더 기른다거나, 앞머리를 내린다거나 조금 더 다른 나이를 표현해주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술적인 연출도 영화에서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구나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명대사

"그때 만나자."

- 노라를 집으로 보내는 해성이의 인사

 

 

 

 

아주 잘 짜여지고 매끄러운 영화는 아니지만, 

나를 지나친 & 나와 함께 있는 인연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잔잔한 영화.

 

 

P.S) 시절을 놓친 사랑이라는 주제가 라라랜드와도 비슷하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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