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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줄거리 리뷰 : 비현실적이라서 현실적인 여성의 이야기

by 심심은D 2023. 9. 8.

레슨인케미스트리 책

 

레슨인케미스트리, 보니 가머스 씀

 

줄거리

 

엘리자베스는 1950년대,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유일한 여성 화학자이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화학자의 삶은 쉽지 않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요리는 화학이다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섭외가 되어 그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이 된다.

엘리자베스는 '요리는 화학이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요리를 포함한 가정 주부의 일이 얼마나 진지하고 지식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지 알림과 동시에 주부들이 포기했던 꿈을 다시 이루고, 사회가 '남성의 영역'이라고 규정했던 곳에 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그들을 붇돋는다.

엘리자베스는 다른 여성들이 모두 포기했던 전문가의 길을 여성들에게까지 '다 포기했는데 너는 왜?'라는 비난을 받으며

끈질기게 걸어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의 일이라고 규정되었던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일'을 업신 여기거나 과학 연구보다 가치가 덜 한 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요리 = 화학 이므로 라는 논리가 들어가며 그건 엘리자베스에게는 요리가 그간 형성한 요리의 언어로서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책에서 물을 한 컵 넣어주세요.는 H2O를 200ml 넣는다. 로 변모함으로써 요리는 좀 더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 되는데, 나는 이 견해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어떤 활동이 학문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거나, 반대로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라는 생각 역시 남자와 여자를 고르는 사고 방식 만큼이나 독단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화학을 알아야 모든 존재가 평등함을 알 수 있다 라는 엘리자베스의 생각이나, 엘리자베스의 딸을 도와주는 목사님마저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단다.'라고 고백하는 소설 속 세계관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보든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사랑할 수 있으며 과학적인 관점으로든 종교적인 관점으로든 사람은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데 혹은 더 부당해지는 데 기여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철저히 문과인 나에게는 내게는 늘 머나먼 대상이었던 과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채로웠다.)

비현실적이라서 현실적인 (!결말에 대한 언급있음!)

결국 죽은 남자친구이자 딸의 아버지의 어머니가 엄청난 대부호였다라는 이야기는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실망스럽기도 했다.

비록 그 대부호가 여성이었다고 해도, 결국 사회의 불평등에 치이던 소수자의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으로 구원자의 등장을 선택한 것은 2권 분량을 이어온 엘리자베스의 치열한 투쟁의 해피 엔딩으로 전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가 정식적으로 연구소의 화학자로 재취직하는 것은 그만큼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는 현실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닐까 싶었다.

TV의 요리사로서는 - 어떤 컨셉이듯 - 여성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였지만, 화학자로서는 어느 부호의 맹목적인 후원이 아니고서는 성공은 커녕 직장을 잡기도 힘들었다는 의미인 것 같아 그래도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여전히 직장에서건 길거리에서건 여성이라는 이유로 종종 폭력과 부당함을 경험하면서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내가 모든 성별이 평등한 세계에 사는 것 같았다.

책의 끝에서, 베이킹을 할 때마다 '여성적인' 취미를 가진 것에 찬사를 받았다는 옮긴이의 글을  남자친구가 구운 쿠키와 함께 읽으며 개개인의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내가 겪지 않은 일에 공감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너무 희망찬 새해 엔딩이지만..

나와 다른 이의 경험과 고통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와 함께 작가가 남자와 여자를 포함한 모든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우리 앞 여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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