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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줄거리, 독후감: 짧지만 허무하지 않은 인생

by 심심은D 2023. 12. 22.

 

 

 

욘포세 사진
사진 뉴시스

 

2023 노벨문학상, 욘포세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 10년 넘게 수상 후보로 거론이 되었다고 하니, 이번 수상이 본인에게도 남달랐을 것 같다. (거론만 10년 동안 되던 세월은 또 얼마나 아쉬웠을까.) 한국에서 번역된 욘 포세의 대표작 중에서 독자들의 평점이 가장 높고, 길지 않은 아침 그리고 저녁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아침 그리고 저녁 줄거리, 정보

아침 그리고 저녁 표지

아침 그리고 저녁은 두 개의 챕터 ,I & II 로 이루어져있다. I에서 어부 올라이는 자신의 부인 마르타가 아이를 낳는 것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II에서는 올라이의 아들 요한네스가 어느 새 노인이 된 하루를 담는다. 작가 본인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 노르웨이의 작은 바닷가 마을의 풍경과 그곳에서의 삶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책 전체를 통틀어 몇 개의 마침표 밖에 쓰이지 않은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정작 작가 본인은 자신의 글이 실험적이기를 의도한 바는 없다고 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한 문장 안에서도 화자가 교차되어 장면 전환을 이루는 등 기존의 책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의 글인데, 그렇다고 해서 책이 난해하거나 가독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아침 그리고 저녁 리뷰

 

 

2시간 반 남짓의 짧은 비행기 안에서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길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 짧은 책 안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보여진다. 어찌보면 그 인생은 허무하기도 하다. I에서 요한네스의 아버지 올라이는 간절히 요한네스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데, II에서는 굉장히 간략하게 요한네스와 아버지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듯 간략하게 요약된 한 사람의 인생은 우리가 아둥바둥 애쓰는 일들을 허무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렇게 간략하게 정리된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그 인생에서 소중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더 잘 드러나기도 한다. 요한네스는, 하루의 작은 순간들에서 늘 자신의 부인을 생각한다. 무척 담담하게 쓰여진 책인데도 문득 문득 에르나가 있었더라면... 하는 글귀들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요한네스의 생의 끝에 남은 것은 절친한 친구 한 명, 사랑하는 부인, 그리고 가까이 사는 막내딸이 전부이다. II의 시작에서 요한네스의 삶은 무척 쓸쓸해보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것만으로도 분명 풍요롭고 풍족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 문장들

신이 존재하기는 하겠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다. 그리고 그는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 신은 홀로 이 세상과 인간들을 지배하지 않는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커피를 한잔 끓여야지, 에르나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렇다면 신이 나서 집으로 갈 텐데, 이제, 이제는 그럴 일이 없군,

 

요한네스, 당신이에요? 에르나가 묻는다

행복의 느낌이 그의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