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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형사 박미옥 리뷰: 드라마에는 없었던 참 형사의 이야기

by 심심은D 2023. 12. 14.

 

 

줄거리

대한민국 여성 경찰공무원 최초로 강력 계장을 맡았던 박미옥이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에 쓴 자전적 에세이. 신창원 탈옥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한 과정과 그 안에서 겪게 된 내적 갈등들을 적었다.

 

또한, '여자' 형사로서 겪었던 동료들의 선입견이나, '여자' 형사의 입장으로 만난 범죄 현장의 여자들의 이야기 (피해자, 가해자, 동료 등) 의 파트들도 굉장히 흥미롭다.

 

 

 

리뷰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그동안 알 수 없었던 형사의 마음가짐이나 내적 갈등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형사라는 직업을 접할 일이 없으니, 내가 형사라는 말을 들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모두 드라마와 영화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굉장히 힘이 쎄고 뒤를 돌아볼 줄 모르고, 악인들을 처단하는 모습들. 혹은 악인들과 결탁하여 뒷돈을 받는 부패 형사의 모습들이 내가 아는 형사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읽은 진짜 형사의 모습은 그런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가해자에게도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어떤 때는 더 많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해자와 약속을 깨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더욱이 육체적 능력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접근과 공감 능력이 무척 중요한 직업이라는 것도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특히, 숭례문 방화 사건을 맡았을 때는 사건의 아주 처음부터 문화재 복원을 염두해두고,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사건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박미옥 작가는 '감성'이라고 표현했는데, 내게는 거시적인 사고와 이성 역시 뛰어난 사람이 형사가 되어야 겠구나 하고 느낀 에피소드였다.

  

 

 

 

또한, 여성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모습도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는 달라 인상 깊었다. 책에서 박미옥 작가는 물론 최초의 여성 경찰관으로서 많은 시련과 편견을 받는다. 특히, 박미옥 형사와 처음 일하게 된 다른 형사들과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다. (넌 여기서 손떼라는 식의 대응 등등) 하지만, 박미옥 형사가 실력으로 인정 받고 내부에 여성 경찰관들이 늘어나면서 형사들의 선입견은 점점 허물어진다.

 

경찰 내부에서는 남자와 여자로 갈라 패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상호 보완하며 일을 하고자 하는데,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인터넷 세상 속 우리들만 밤놔라 대추놔라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한겨레, 지금은 전 직장 동료와 제주도에서 책방을 하고 계시다고 한다.

 

책 속 한줄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기준으로 피해자에게 쉽게 묻는 경향이 있다. 왜 헤어지지 않았는가. 완벽하게 가두어둔 것도 아닌데 왜 도망치지 못했는가.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안하무인 범죄자의 뱀 같은 눈보다 두려움에 젖은 범인의 흔들리는 눈빛이 내 마음에 더 오래 각인된다. 그것은 그들 역시 인간이라는 증거이므로.

 

 

여담

경찰인 친구가 있어 박미옥 형사를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근무지가 겹친 적이 있어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후배들을 잘 살펴주는 선배라고 했다.

 

직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형사 만은 죽어도 나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님들 모두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