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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소피 마르소 연극 La note 줄거리 리뷰 : 삶에서 중요한 것

by 심심은D 2023. 11. 13.

 

La note

 

소피 마르소가 12년간의 공백을 깨고 주연을 맡은 연극 La Note. 9월 말부터 12월말까지 파리 Bouffes Parisiens 에서 상영중이다.

 

La note 줄거리

심리 분석가인 줄리앙, 그리고 저명한 피아니스트 모드는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이다. 연극은 줄리앙이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으로부터 시작한다. 올 해의 피아니스트 상을 타러 갔던 모드는 예정보다 하루 일찍 집에 도착하고, 줄리앙이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충격에 빠진 모드는 줄리앙에게 왜 죽으려는 거냐고 물으며 유언 (노트)를 보여달라고 하자, 줄리앙은 유언은 없다고 한다. 둘은 줄리앙이 죽으려고 했던 이유, 그리고 그들이 함께 해온 삶과 직업인으로 삶의 의미와 허무를 이야기한다.

 

La note 리뷰

줄리앙은 평탄하고 안정된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15년째 자신에게 시도 때도 전화를 하는 고객들에게 시달리는 삶에 회의를 느낀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될 줄 알았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이제는 이룬 것도 없고, 새롭게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느낀다. 

 

줄리앙이 보기에는 올 해의 피아니스트 상도 타며 '무언가를 이룬' 소피마르소이지만, 소피 마르소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올 해의 피아니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신은 모짜르트, 베토벤처럼 빛나는 천재 중 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아끼고 가꾸는 게 그저 인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나는 아직 삼십대 초반이지만, 인생의 허무를 느끼는 줄리앙,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소피 마르소에게 모두 공감이 갔다. 나도 내가 무언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스스로 그런 야망 자체도 한참 꺾여서 가끔은 정말 내가 세상에 무엇을 할 수 있나 /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나 하는 허무감에 빠질 때가 있다.

 

라노트 연극 장면

 

 

자신과 자아에 대한 부분 만큼이나 깊이 있게 다루어지는 게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꼭지이다. 줄리앙과 모드는 모두 이제 사랑이라는 감정은 날아가고 그저 의무감에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소피 마르소가 맡은 모드는 다시 줄리앙과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런 소피 마르소는 남편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유언 한 장 남기지 않으려 했다는 것 등에 빈정거리다가도 눈물을 터트리는데, 분노와 슬픔이 어우러진 감정을 표현하는 소피 마르소의 연기가 무척 인상깊었다. 

 

이 연극은 꽤나 해피엔딩이지만, 나는 나를 버리고 자살을 시도한 남편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도 쪽지 한 장 남기지 않고 다분히 이기적인 이유로 자살을 시도했던 남편을? 아마 나는 남은 평생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슬픔에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

영화의 마지막에 소피 마르소는 남편 줄리앙에게 태국같이 따뜻하고 바다가 있는 곳에 가서 살자고 말한다. 거기서 뭘 하냐는 줄리앙의 말에 소피 마르소는 그냥 사는 거지, 바다 보고. 애기들 노는 거 보고 라고 대답한다.

 

무언가 훌륭한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이루어내지 못해 좌절하고 근심하지만, 결국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하루하루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난 너무 젊으려나...)

 

La note의 대사

"그 나이에 자살이라니 너무 유치하지 않아? 20대면 삶을 포기하는 거라고 쳐."

 

"유언은 어딨어?"

"안 썼는데.."

 

"그런데 왜 빨리 돌아온 거야?"

"당신 놀래켜주려고 (.....) 나는 우리를 구하고 싶었어"

 

 

라노트의 홍보 영상.

여전히 아름다운 소피마르소의 근황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uKAyFS36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