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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리뷰 : 쉽지 않은 섬세한 기록

by 심심은D 2023. 11. 10.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판 책 커버

 

 

 

작별하지 않는다 한국어 커버

줄거리

서울에 살고 있는 경하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인선에게 연락을 받는다. 인선은 목공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고, 인선이 키우던 앵무새를 돌보아 달라고 경하에게 부탁을 한다. 경하는 인선의 새를 돌보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고, 폭설이 내려 차도 다니지 못하는 인선의 집으로 향한다.

 

 

리뷰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지 5년만에 나왔던 신작이다. 책이 나왔던 해에 바로 책을 읽었는데 오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탔다는 소식에 반가워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이전작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 사태에 다룬 책이었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다룬 책이다. 그런 만큼, 한강 작가의 사회 의식이 한번 더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경하가 인선의 집에 도착해서 꾸는 꿈, 그리고 과거 인선에게 들었던 인선이의 과거와 인선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들이 혼재되어서 나타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가 꿈인지 어디서부터가 과거 회상인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공 경하가 꿈과 실재를 헤맬 때 독자들도 함께 꿈과 실재를 헤매는 셈이다.

 

 

 

인선의 어머니의 경험을 인선이 이야기하면서 제주 43 사건의 아픈 기억들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인선의 어머니가 노인이 될 때까지의 삶의 흔적 그리고 그것을 함께 감내하던 인선의 유년기를 이야기하면서 43 사건의 상흔이 얼마나 깊이 오랫동안 피해자들에게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쉽지 않은 기록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휴지를 옆에 쌓아두고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는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은 아니다.  시적인 표현들과 은유가 많은데다가, 꿈과 실재의 경계가 모호하다보니 조금만 딴생각을 하다 읽다보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

 

섬세한 표현들이 아름다운 책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소년이 온다'에 비해 아쉽기도 했던 책이다. 제주43사건에 대한 나의 사전 지식도 518에 비해 부족했던 터라 책의 구조를 따라가며 감정을 모두 느끼고 소화하기에 벅찼던 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다시 책을 조금씩 읽어보았다. 다시 책을 읽는다면 이 책에 쌓여있는 사람들의 아픔이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브에서 동물이 학대받는 영상만 봐도 보기 괴로워서 꺼버리고는 한다. 타인의 아픔을 찾아보고 공감하고 그걸 다시 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작가 스스로 받는 괴로움은 얼마나 커다랄까. 타인의 슬픔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작가의 소명감과 따뜻한 마음이 놀라울 뿐이다.

 

책 속 한줄

 

사실은 미친 짓이야, 라고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는 인선이 아니고, 이런 눈에 익숙하기는 커녕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 이상하게도 그 어머니만큼이나 인선이 안쓰럽게 느껴졌었다. 만 열일곱 살 아이가, 얼마나 자신이 밉고 세상이 싫었으면 저렇게 조그만 사람을 미워했을까? 실톱을 깔고 잔다고. 악몽을 꾸며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린다고. 음성이 작고 어깨가 공처럼 굽었다고.

 

 

한강의 인터뷰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낸 뒤 썼던 인터뷰가 있어 함께 링크를 걸어두었다.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 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깊다.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06041821001#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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