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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줄거리 리뷰 - 엄마에 대한 모든 감정

by 심심은D 2023. 9. 8.

H마트에서 울다

 

줄거리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작가 미셸 자우너는 암으로 인해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는다. 작가는 엄마의 병을 알게 된 후 하던 일과 삶을 모두 그만두고 엄마를 간병하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글로 남긴다.

한국 음식과 엄마라니

마침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읽기에 너무나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2년에 한번, 6주 동안 한국을 방문하면서도 이모와 할머니들과 끈끈한 유대감과 추억들을 간직한 작가를 보면서

꼭 한국에 살지 않아도 한국의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 영어를 할 수 없는 이모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작가를 보면서

한국과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나라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없이 커지기도 했다.

책 중에, 아빠가 먼저 떠나 엄마와 둘이 사는 삶은 상상해보았고 상상할 수 있지만, 엄마가 먼저 떠나 아빠와 둘이 남는 삶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대목이 있다. 작가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태국에 살고 있는 아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가감없이 책에 남겼다. 어찌돼었건 공개적으로 딸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아빠가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렇지만 나도 특별한 건 오롯이 엄마라고 나는 무조건 엄마편일 거라는 결심을 주변 사람들에게 뜬금없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작가는, 아마도 그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엄마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걸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확실히 기록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상하지 않는 이별

집에서 먹는 밥은, 엄마가 해주는 대로 먹는 게 너무 당연하다. 늘 엄마가 거기에 있고 또 엄마는 내가 무얼 해볼 새도 없이 나에게 또 맛있는 밥과 반찬을 준비해주기에, 내가 엄마 요리의 레시피를 알 필요도 기회도 없었다. 이 책을 읽고는, 언젠가 엄마가 내 곁에 없다면 ? 그 때를 위해 엄마의 레시피를 알아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둥이 딸이었던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언젠가 없을 거라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그렇지만 엄마의 부재는 추상적인 상상이었고, 내 곁에 있는 엄마를 꼭 안으면 가끔씩 밀려오는 두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프랑스에서 이 글을 쓰면서  지금 내가 여기에 있음으로써 엄마와 나의 시간들을 깎아 먹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겁다.  그리고 엄마가 내 곁에 없게 될 때에 아마 이 시간을 엄청나게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기록한 또 다른 책들

그들은 제비처럼 왔다 - 윌리엄 맥스웰

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 - 조안 디디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