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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줄거리 리뷰

by 심심은D 2023. 11. 1.

꿀벌과 천둥 책 표지
출처: Yes 24

꿀벌과 천둥 정보

2017년 서점 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 문구에 호기심을 느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추리소설과 판타지 소설로 잘 알려진 온다 리쿠가 쓴 책. 구상과 취재에 10년이 넘게 걸리고 집필에도 7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2009년 하마마쓰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을 탔던 조성진 피아니스트에게서도 책의 내용에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져있다.

 

줄거리

일본에서 열리는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석한 다양한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지역별 예선, 일본에서 열리는 1,2,3차 예선과 본선의 목차로 이어진다. 특히, 파리 예선부터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실력으로 예선 심사위원들을 충격에 빠뜨린 가자마 진, 어머니를 잃은 뒤 10년이 넘게 연주계를 떠나있었다가 다시 콩쿨에 참여하게 된 에이덴 아야, 평범한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콩쿨에 참여한 다카시마 아카시 등이 주 등장인물이다.

 

특히 피아노 연주를 할 열의를 일었던 에이덴 아야는 콩쿨에서 만난 다양한 참가자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본인이 정말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매일 고민한다.

 

감상평

옛날에 읽었던 일본 만화책, 피아노의 숲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피아노의 숲에서도 교육은 안 받았지만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과 자유함을 가진 소년, 그리고 정도의 길로 피아노를 치는 소년의 대비되는 성장기와 음악의 세계를 다룬 만화였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이 책의 묘사나 표현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등장하는 각 참가자들의 서로 다른 연주를 글로써 묘사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게 과장되게 읽힐 때가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전율이나 감동을 글로 풀어내니 무한한 감탄조와 찬양조가 되어 버려서 지역 예선, 그리고 1,2,3차 예선과 본선의 내용이 굉장히 중복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른 작가들은 '음악을 글로 풀어내는 어려움을 잘 해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나는 - 평소 클래식 음악을 안 듣고 잘 모르기도 해서인지- 그 글로 풀어내는 어려움이 표나게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콩쿠르를 따라간다는 설정 자체가 누가 어떤 연주를 하고 누가 우승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나 긴장감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끝을 보고 싶어서, 중간 중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빠르게 넘기며) 끝을 보게 되었다.

 

동양인들이 서양 음악을 하는 의의가 무엇일까 (약간의 스포일러)

온다 리쿠는 한국어본에 쓴 책의 서문에서 '동양인들이 서양음악을 하는 의의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늘 머리에 남아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음악이든, 글이든, 무엇인가를 하는 회의에 대한 해답을 가장 잘 전달해준 캐릭터는 다카시마 아카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에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이 아닌 누군가의 음악도 글도 그 창작자와 수용자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된다. 콩쿠르에서 다른 차원의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들을 보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다카시마 아카시 이지만, 그의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카시마 아카시도 계속 피아노를 놓치 않기로 결정한다는 것도 온다 리쿠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였다.

 

 

책 속 문장

잿빛 하늘은 진한 자리도, 옅은 자리도 없이 똑같은 색으로 진득하게 뒤덮여 있었다.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새로운 표현이었는데, 이 문장이 말하려는 하늘 색이 상상이 되어 좋았다.

 

"그럼, 또"

"반드시 어디선가."

 

서로를 정말 좋아하고 응원하는 두 피아니스트가 서로에게 전했던 인사. 굉장히 상투적인 말인데도, 둘의 인사에서는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반드시 그리고 어디선가라는 말이 굉장히 확신에 가득차있으면서도 모호한데, 그게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그렇다고 서로를 만날 약속을 잡지는 않을 둘 사이의 거리감 같은 게 같이 와닿았다.